SNS 일상의 부작용
오늘날 여러 종류의 가상세계는 우리의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을 기반으로 현실을 가장 잘 모방하고 있는 게임이 대표적인 가상세계라고 볼 수 있을 테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SNS이다. 언제 어디서든 우리와 연결되어있고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뿐 아니라 게임은 게임중독이라는 명확한 부작용이 존재하고 이용자들이 이를 알고 경계하는 것에 반해 SNS는 많은 사람들이 부작용에 시달리면서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이나 카페 등 공공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SNS를 이용해 친구들과 소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클립 영상이나 카드 뉴스 등을 보고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용자는 개인 계정으로 1인 미디어 활동을 하면서 콘텐츠를 제공하여 수익을 내기도 하고, 기업은 마케팅의 수단으로 SNS를 이용하기도 하며 정부나 공공기관 또한 정책 홍보를 하는 등, SNS의 상호 연결성을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처럼 SNS는 단순한 사회적 연결뿐 아니라 경제, 문화적으로 그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SNS는 본질적으로 개인 이용자가 주체가 되는 소셜 미디어(social media)이다. 플랫폼은 핸드폰 전화번호 리스트나 가입 시 등록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전 세계 유저 간의 연관성을 찾아 친구를 추천해주고 이를 통해 서로 연결된 이용자들은 메시지나 영상, 이미지 등을 게시하고 모든 종류의 게시물에 좋아요 등의 감정표현과 함께 자신의 의견을 남김으로써 다른 이용자와 소통할 수 있다. 그러나 SNS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우리를 진정으로 연결해주고 있는지,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는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SNS를 통한 소통은 지극히 나르시시즘 적인 경우가 많다. 자신의 계정은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인 것과 동시에 공공의 공간인데, 어떤 이미지나 글을 게시하던 본인의 자유일뿐더러 전통적인 소통과 달리 대화 상대를 호출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리고 자신의 게시물은 다른 이용자들에게 즉각적으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게시자는 남들에게 보인다는 의식을 하게 되며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의 최고의 순간만을 공유하고자 한다. 또 이러한 왜곡된 삶의 표현을 통해 자기애를 느끼고, 이는 결국 현실의 자신을 부정하는 요소로 작용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역으로 가상의 영향을 받으면서 현실의 자신보다 더 나은 모습을 갖춘 가상의 모습으로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끝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은 그 게시물을 통해 그들 자신의 현실 모습과 SNS상의 가상 이미지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SNS를 통한 유행의 형성과도 연관 지을 수 있는데, SNS의 이용자 다수가 특정 장소나 특정 메뉴를 다뤄 포스팅을 한다면 훨씬 많은 이용자에게 그 글은 노출이 되고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된다. 이를 기반으로 유행이 만들어지게 되면 개인 이용자들은 거리, 가격, 맛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서 그 장소를 가는 것이 아니라 SNS를 통해서 공감하고자 가게 되고, 자신도 사진을 찍고 포스팅을 하면서 그 유행의 일부에 소속되어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가상세계가 반대로 현실의 우리를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또 SNS에선 실명제와 익명성의 혼합이 이뤄지는데 이에 즉각적인 피드백이 만나게 되면서 오히려 이용자 간 건전한 소통을 이루는데 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자신의 실명을 거는 이용자와 익명성 뒤에 숨어있는 이용자와의 소통은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 익명 이용자는 어떤 글을 게시하고 답하던 자신의 평판에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SNS상에서 활동을 해도 부담이 없다. 다른 이용자를 비난하기도 하며 거짓 정보를 퍼트려 집단에 혼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실명 이용자는 본인 계정이 공개되어 있기에 예민한 주제에 대해 자기주장을 피력하는 데 있어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두려움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사생활이 침해당하고, 악성 댓글에 시달릴 수도 있다는 사실에서 온다. 자신의 정보들을 게시하고 친구들과 사적인 이야기, 추억을 주고받는 SNS의 특성에서 오는 불가피한 부작용이다. 최근에는 SNS 속 개인 정보들과 게시물들이 빅데이터 소스로서 상업적으로 남용되는 경우를 우려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점에 문자 중심 소통으로 인한 비언어적 표현의 제한이 더해지며 비록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가상의 공간일지라도 건전한 소통이 형성되기 힘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날카로운 칼의 손잡이를 잡아라
현실은 가상의 기반으로써 가치의 핵심이 되며, SNS를 비롯한 가상세계는 물리적 한계를 갖는 현실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다. 그러나 이 도구는 역으로 현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위험한 도구이다. 그 어떤 도구가 혁명적이고 좋은 의도로 만들어졌을지라도 도구는 사용자가 사용하기 나름이다. 누군가는 가상을 현실과 아예 다른 세계로 치부하여 감히 현실에서 행하지 못할 것을 행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가상과 현실을 동일시하거나 가상에 더 치중한 삶을 살아, 그들의 현실이 가상의 영향력에 뒤흔들리기도 한다.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가상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살아가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가상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멈추지 않는 가상의 발전에 발맞춰 새로운 도구들을 현명히 사용하기 위해선 가상과 현실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쩌면 앞서 생각해본 부작용들 때문에 차라리 SNS을 떠나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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